사실, 디저트 문화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다. 단맛 자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다 밥 먹고 디저트 먹는 문화도 아직 낯설다. 그래서 굳이 디저트 맛집을 찾아다닐 생각은 거의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모른다고 인정해버리는 것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 몇달에 한 번 정도는 디저트 잘 한다는 곳도 찾아가보곤 했다. 찾아가본 곳 몇 군데를 나열해 보면 이렇다.

1. 서래마을 마얘

순서대로 밀푀유 바니, 타르트 타탱, 쿤냐망.

 마얘는 오너이자 파티시에인 사람의 이름이라고 한다. 딱 봐도 프랑스 느낌이 나는 클래식 프랑스 디저트들을 주로 다룬다. 유명한 가게들이 그렇듯 30분 정도는 줄을 서고 나서야 주문을 할 수 있었다. 밀푀유는 지금껏 먹어본 중에선 여기 밀푀유가 가장 맛있었다. 바닐라 크림이 과하게 달지 않으면서도 맛이 진해 좋았고, 파이 지도 딱 좋은 식감이었다. 타르트 타탱은 좀 달았는데 원래 단 음식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인 듯 하다. 쿤냐망은 좀 호불호가 갈릴 것 같았다. 나는 그냥 잘 구운 크로와상이 맛있다고 생각하지만, 쿤냐망의 바삭하면서도 달콤한 맛을 선호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 굉장히 만족도가 높았다.


 2. 삼성동 리틀앤머치

무스 케이크를 주력으로 하는 가게.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는 참 애매하다 싶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사진 찍기 참 좋은 가게와 메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스의 질감이 끈적하거나 단단하지 않고 부드러운 점이 마음에 들었다. 부드러운 무스가 입 안에서 녹아 퍼지는 순간이 즐거운 케이크였다. 향이나 맛도 굳이 흠잡을 곳 없이 좋았다. 다만 기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디저트가 아니어서 감탄하면서 먹지는 못한 것 같다.


 3. 홍콩 타이청 베이커리

 이건 좀 '나도 먹어봤지롱' 같은 느낌으로 올린다. 에그 타르트에서 계란 맛이 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 계란 맛이 어떠냐는 중요하다. 이런 에그 타르트는 여기서밖에 먹을 수 없다고 하기엔 애매한 맛이지만 에그 타르트 잘못 사먹었다가 입맛 버리기 일쑤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퀄리티를 계속 뽑아주는 집들은 기억해 놓을 필요가 있다. 홍콩에서든, 한국에서든. 


 4. 광화문 오뗄두스

 사진이 어디갔는지 모르겠는데, 서울 파이낸스 센터 지하의 오뗄두스에서 에끌레어랑 카눌레도 먹었다. 카눌레는 '대부' 때문에 꼭 먹어보고 싶었는데 자꾸 까먹고 까먹고 하다가 작년에야 처음 먹어봤다. 식감이 재미있긴 했지만 이런 맛이구나 정도였다. 피스타치오 에끌레어가 맛있었다. 내가 견과류를 좋아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피스타치오 크림의 집찔한 맛 같은 것이 깔끔하게 떨어지게 되어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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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반포동 106-6 1층 | 마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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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이라면 모름지기, 누구랑 가도 무난무난할 식당 몇개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동기들이랑 밥 먹으러 가기도, 후배들을 데려가기도, 아니면 외부 사람들이랑 간단히 폼 잡아가며 밥 먹으러 가기도 괜찮은 곳 말이다. 나한테는 역삼동 지아니스 나폴리가 그런 곳 중 하나이다. 한 1년 전만 해도 엄청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다 공간도 좁아서 외부 사람들이랑 가기는 어려웠는데, 얼마 전에 넓은 지하 1층으로 옮기면서 누구를 데려가기가 훨씬 편해졌다.

 가격대는 좀 세지만 눈 딱 감고 한번 못 먹을 가격은 아닌데다가, 분위기도 괜찮은 편이다. 음식도 이 정도면 충분히 합격점. 적어도 파스타의 삶기가 문제가 있거나, 피자가 타거나 하는 경우를 겪어본 적은 없다. 다만 메뉴가 전반적으로 중간에 놓고 나눠먹는 음식 위주로 되어있으니 이 문화를 싫어하는 사람이랑은 조금 안 맞을 수도 있겠다.

 메뉴를 추천하자면 일단 감베리 크레마. 지아니스 나폴리 가서 이 메뉴를 안 시켜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적당히 맵싹하게 페페론치노가 들어가있어서 크림 치즈 파스타 느끼하다고 못 먹는 사람들도 이건 괜찮다는 반응이 많았다. 봉골레도 맛있지만 조개 류의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서, 상대적으로 호불호가 덜 갈리는 감베리 크레마를 주로 시키는 편.

반면 콰트로 포르마지는 친한 사람들끼리 가서 서로 음식 얘기 하기 좋은 메뉴다. 서로 다른 네 종류의 피자를 한 판에 놓아서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자연히 어떤 건 맛이 어떻고, 나는 어떤 게 좋고 하는 얘기가 나오게 된다. 편한 분위기로 웃고 떠들기 좋은 메뉴다.

 이 가게의 또 한가지 좋은 점은, 최근 몇 년간 연속해서 블루 리본 서베이에서 우수한 음식점으로 꼽혀 블루 리본을 획득했다는 점이다. 사람을 만나고 약속을 잡다 보면 종종 가게의 네임밸류를 따지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 데려가기에도 좋은 것이다. 한가지 단점이 있다면 언덕 위에 있다는 점. 역삼역에서 가도, 선릉역에서 가도 오르막길을 올라야 한다. 하지만 하이힐 신은 사람들도 기꺼이 찾아갈 만한 가게니,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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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1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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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유문 시장(鯉魚門街市)은 홍콩의 서쪽 해안에 위치한 어시장이다. 원래 레이유문 일대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작은 어촌 마을이었다고 한다. 어부들이 잡아온 해산물을 그 자리에서 요리하여 먹다 보니 신선한 해산물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났고, 60년대즈음부터는 신선한 해산물을 바다를 보며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컨셉으로 본격적인 관광객 유치를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 알음알음 소문이 나서 요새는 외국인도 많이 찾는, 홍콩의 유명 관광지 중 하나가 되었다.

 레이유문은 그 독특한 운영 방식으로 유명하다. 일단 어시장에서 살아있는 해산물을 구입한 뒤 이를 식당에 들고 가면 기본적인 자리값 및 조리비만 받고 요리해 준다. 독특하다고 하지만, 한국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방식이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어시장-양념집 구조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노량진 수산시장 또한 손님이 회를 사서 양념집에 들고 가면 양념집에서 이를 접시에 담아 밑반찬과 함께 손님에게 내오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어시장에서 해산물 값을 흥정할 수 있다는 점이나, 일반 식당보다 저렴한 해산물 가격이 매력적이라는 점 또한 비슷하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식문화가 별다른 조리과정이 필요하지 않은 회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양념집 간의 차이가 크지 않은 반면, 레이유문의 식문화는 각각의 해산물을 독특한 방식으로 조리해 내는 것을 중시하기에 식당 간 차이가 뚜렷하다는 점 정도를 차이점으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이다 출장이다 해서 해외를 돌아다니다 보면, 생각지도 않았던 타이밍에 세상 사람들 사는 거 다 똑같구나 싶은 광경들을 문득 마주치게 된다. 과자를 사달라고 울어제끼는 아이를 당황한 얼굴로 달래는 독일 어머니나, 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 열차에 앉아 잠시 눈을 붙이는 스페인 직장인 같은 광경들 말이다. 문화가 다르고 환경이 다르지만,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공유하게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피곤함을 달래는 쪽잠, 맛있는 것에 대한 열망 같은 것들. 레이유문이 노량진과 비슷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선한 해산물을 싸게 먹고 싶은 마음이나 살아있는 해산물을 직접 보고 고르는 재미는 꼭 한국 사람만이 느끼는 것이 아닐 테니까 말이다.

 호객행위를 적당히 상대하고, 어줍잖게 흥정도 시도한 끝에 해산물을 사서 식당에 도착하면, 어떻게 요리해줄까 하고 묻는다. 짐짓 정중한 듯 묻지만, 눈에는 능글거리는 웃음이 배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족관 앞에서 신기하다는 듯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탄성을 지르던 관광객 무리가 할 수 있는 대답은 딱 한 가지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질문이지만 질문이 아닌 물음에, 알아서 해 주세요. 하고 정해져 있는 답을 말하고는 식당에 들어서게 되기 마련이다. 이것도 어찌 보면 만국공통이다.

 오래된 관광지답게, 레이유문에 있는 식당은 각양각색이다. 종업원들이 전부 제복을 입은 나름 고급스런 식당이 있는 반면, 바닷가에 플라스틱 테이블을 놓고 종업원 없이 영업하는 조그만 식당도 있다. 홍콩 바닷가의 흥취를 느끼기에는 후자가 좋으나, 아무래도 보유한 주류의 다양성이나 전반적인 요리 실력, 서비스 등은 큰 식당 쪽이 낫다고 한다. 홍콩 현지 사람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라고.

비즈니스 일정이었던 터라 적당히 괜찮은 식당을 찾았다. 희한하게 기본찬으로 피단이 나왔다. 오리알을 익히지 않고 삭혀 만든 피단은 특유의 젤리같은 식감과 날카롭지 않은 뭉근한 발효취로 유명하다. 발효취에 익숙하지 못한 서양인들에게는 일종의 엽기 음식 취급을 받기도 한다. 하기야, 한국인들도 '피단 문답'에서나 접하지 실제 먹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레이유문의 어느정도 관광객을 배려한 것인지, 발효취는 생각보다 심하게 나지 않았다. 그냥 독특한 식감의 삶은 달걀 같은 느낌이라, 오히려 조금 실망스러웠다. 피단은 피단같아야 맛인데 말이다. 

레이유문의 요리는 그 재료만큼이나 기법도 다채롭다. 어떤 것은 날로 먹고, 어떤 것은 찌고, 어떤 것은 튀기고....심지어는 마치 그라탕처럼 크림과 치즈에 버무려 오븐에 구워내기도 한다. 홍콩의 요리를 흔히 광둥 요리라고 하지만, 광둥 요리라는 말만으로는 홍콩 요리를 완벽히 설명할 수 없다고 한다. 중국으로부터 건너온 중국식 요리 뿐 아니라 영국령일 당시 들어온 영국 요리, 각국 주재원들이 들어와 전파한 요리까지 모두 홍콩 요리의 일부이다. 이러한 다채로운 근본을 가진 요리, 또는 조리법들이 상호 영향을 미치며 독특하게 발전해 온 것이 홍콩 요리의 특징이다. 

 다양한 재료를 다양한 기법으로 요리해 먹을 수 있는 레이유문은 홍콩 요리의 다양성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흰살 생선을 담백하게 찐 뒤 간장 소스를 뿌려 내놓은 요리는 광둥식이고, 커다란 바닷가재를 치즈 안에 넣고 오븐에 구운 것은 유럽 식, 소라에 초피와 홍고추를 입안이 얼얼하도록 듬뿍 넣고 삶아 낸 요리는 사천 식이라고 한다. 모닝글로리를 짭짤하게 볶아놓은 것은 태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요리인데, 홍콩 사람들도 즐겨 먹는다고 한다. 다양한 재료, 다채로운 조리법을 즐기다 보니 앉은 자리에서 세계여행이라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터질 듯이 배가 불렀던 것은 당연지사다.

 

 식사를 마치고 둘러본 레이유문의 풍경은 이국적이면서도 친숙했다. 멀리 보이는 고층 빌딩과 만 안에 묶여 있는 작은 조각배들. 밤 늦은 시간인데도 멀리 보이는 빌딩에는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그 모습이 서울의 야경을 연상하게 했다. 하기야, 어디나 사람 사는 건 거기서 거기니까. 레이유문이 노량진과 비슷하듯, 저 빌딩 안의 사람들도 우리 회사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일하고 웃고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는 옷이나 즐기는 문화도 사실 비슷할 것이다. 홍콩도 우리나라처럼, 아니 우리나라 이상으로 서구화가 많이 된 도시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콩의 거리가 뭔가 색다르고 새롭게 느껴지는 건 한 반쯤 내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문득 생각이 여기에 미쳤다. 처음 와 본 곳, 새로운 곳이라는 설레는 마음 때문에 모든 것이 더욱 신기하게 느껴졌을지 모르는 일이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잘 찾아보면 비슷한 음식을 하는 곳이 있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저런 음식들을 먹었다면 이렇게 새롭게, 신기하게 느끼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냥 중국 음식. 정도로 평범하게 여기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면 일본으로 난생 첫 해외여행을 가 보았을 때도 그랬다. 특별할 것 없는 골목, 전봇대, 길가를 다니는 고양이까지 신기했다. 일본 고양이나 한국 고양이나 다를 건 전혀 없는데 말이다. 

 어른의 삶이 재미없게 느껴지는 건 너무 많은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릴때와 달리 더이상 새롭고 신기한 것이 없어 호기심이 생기지도, 호기심을 충족하는 즐거움을 느끼지도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 새로움이, 설렘이 내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면, 내 마음을 바꿔서 다시금 이런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어쩌면 서울의 전봇대나, 처음 가 본 회사 근처 식당도 여행자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마치 해외여행을 온 사람처럼 모든 것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내일은 동네를 돌아다니며 고개를 한번 두리번거려 봐야겠다. 태어나 처음 이 거리에 발을 들인 사람처럼. 어쩌면, 내가 지금껏 인식하지 못했던 뭔가 새로운 것들이 발견될 것이다. 그리고 또 어쩌면, 그런 걸 찾는 게 즐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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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유문의 위치. MTR을 타고 또 마을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해서 대중교통으로 가기는 조금 복잡하다. 비용은 조금 부담되겠지만 눈 딱 감고 우버 불러서 가는 게 더 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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